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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2025·문화상품권 30만원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

정연 · 북크 (bookk)

디자인학부 김유솔

여름의 종착지는 영원. 사랑스러운 여름의 향기가 지나기 전까지, 빛처럼 몸에서부터 통과되는 우리가 있고.

정연,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 中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

도서 선정 이유

필사를 위해 여러 도서를 살펴보던 중,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시집은 청춘 문학의 핵심 요소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낸 현대 시집이라고 판단하여 선정했습니다. 특정 사건이나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여러 감정의 파편과 장면을 병렬적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청춘 특유의 단절적이고 비약적인 정서 흐름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청춘은 언제나 지나가고 뒤늦게 의미가 생기는 시간인데, 이 작업을 통해 지금의 저를 기록한 미래의 제가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감정의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시각디자이너를 지향하는 저에게 이 시집의 선명한 이미지와 빛의 질감은 색감과 온도로 떠오르는 영감의 재료가 됩니다.

필사 발췌

7 passages
P.9「여름.com」

사랑한다는 말을 책갈피로 만들어 두는 일, 편지지 위 보고싶다는 글자를 문지르면 번지던 우리, 행운은 생각보다 쉽게 살 수 있으므로 그렇게 나는 우리가 살다간 계절 하나만을 그저 여름이라고 불렀다.

P.22「낭만화」

우리의 낭만은 다 어디로 흘러간 거예요? 지키지 못한 것들이 쏟아질 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있던 언니가 생각나요. 우리가 하는 건 망가진 낭만을 사랑하는 일.

P.24「성장통」

일곱 살 때는 영원히 미성숙한 우리로 살아갈 줄 알았지. 나는 자다깨도 여전히 나였고, 이상한 꿈을 꾸어도 나는 나였다. 어쩔 수 없었다 사랑스러운 너와는 너무 다른 존재라서.

필사자 소감

‘나는 자다깨도 여전히 나였다’는 문장이 오래 머뭅니다. 어릴 때는 언젠가 완전히 다른 내가 될 줄 알았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도 나는 나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마음 깊숙이 울립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미성숙함과 부족함을 안고도 계속 나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P.35「여름 종말론」

우리의 여름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래? … 나는 이 여름을 너무나도 아꼈어. 사라진다면 너무나도 슬플 것 같아. 종말되는 모든 것들을 껴안을 수는 없을까.

필사자 소감

‘여름’은 계절이기 전에 우리가 붙잡고 있는 특별했던 순간들, 한 시절의 감정, 다시는 오지 않을 최초의 상징입니다.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은 사실 ‘지나버린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삶의 질문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P.38「칵테일」

어른이 된다면 칵테일은 마시지 말자. 여전히 발끝의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우리의 여름을 찾아 떠날 거야. 여름에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게.

필사자 소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원래를 버리고 멀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인은 여전히 발끝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름을 찾아 떠난다고 말합니다. 어른이라는 틀에 스스로 맞추려 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하며,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전의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올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P.77「야간 비행」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아직 착륙하는 법을 모른다는 답을 하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꺾었다.

필사자 소감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목적지에 제대로 착륙하는 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비행 속에서도 방향을 잡아보려 애쓰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오른쪽으로 꺾는 장면은 방황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청춘의 가장 솔직한 움직임일 것입니다.

P.89「마침내 멸망하는 여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 이 여름이 영원하지 않다거나 혹은 종말론이 늘어내는 정체불명의 글자. 여름의 종착지는 영원. 사랑스러운 여름의 향기가 지나기 전까지 빛처럼 몸에서부터 통과되는 우리가 있고.

필사자 소감

이 시는 표면적으로 여름의 종말을 말하지만, 그 속에는 ‘멸망한다’는 표현이 가진 역설적인 아름다움이 깊게 스며 있습니다. ‘멸망’이라는 단어가 끝남을 의미하기보다, 끝나기에 오히려 더욱 빛나는 순간들 — 즉 지나가기에 아름다운 시간의 속성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필사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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